[광주매일신문] 빛과 어둠 사이, 예술적 궤적을 조망하다

보도일자
202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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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우제길 초대전 ‘빛 사이 색’ 전시회를 보고…
기하학적 추상 담은 초기작부터 분할된 색면 조화 이룬 근작까지
시대별 작업 변화 담아낸 총 5부 구성…100여 점 회화 작품 선봬

‘빛의 화가’ 우제길 화백의 작업세계는 ‘빛’에 대한 끊임없는 변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일 우제길 화백 초대전 ‘빛 사이 색’이 열리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100여 점 회화는 ‘빛’을 소재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온 우 화백의 60여 년 작업세계를 떠올려보기에 충분했다.

이번 전시는 시대별 작업 변화에 따라 총 5부로 구성됐다.

‘빛’을 주제로 한 추상 이전 그의 과도기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1부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 절단된 면의 틈 사이 솟아나는 빛 그리고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대작들을 소개하는 2부 ‘어둠에서 찾은 빛’, 구도의 변화와 밝은 색채가 돋보이는 3부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 원색의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한 4부 ‘색채의 빛’, 평생 빛을 쫓아온 그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5부 ‘지지 않는 빛’이다.

광양과 광주에서 유년기를 보낸 우제길은 한국 앵포르멜 대표작가 양수아를 스승으로 만나 추상미술의 싹을 틔우게 된다. 즉흥적인 선과 색을 강조하는 ‘My heart’(1960)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의 초기작은 ‘기하학적 추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 근원이 되는 작품 ‘Abstraction of red stripes’를 비롯해 1972년 전남도 미술전람회에서 추상화가 최초로 우수상을 받은 ‘리듬 72-3H’ 등은 ‘추상’에 대한 우 화백의 남다른 관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추상 화가로서 기반을 쌓아가며 중앙에서도 그 인지도를 높인 우 화백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검은색을 바탕으로 작업해갔다. 그 중에서도 흑과 백의 대비로 빛을 조형화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손과 손바닥으로 물감을 여러 차례 문지르는 방식의 그라데이션 그림을 완성했는데, 1980년대 들어서는 도구를 사용해 빛의 반사를 보다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1992년 그는 전업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기존 직사각면이나 육각면을 주로 다뤘던 작가는 삼각형이나 사다리꼴, 첨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시선을 돌린다.

채도가 낮은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 시기 그가 표현한 빛은 마치 솟아오르는 태양과 같이 그간의 혼돈과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는 희망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더욱 다양한 원색으로 발현된다. 마치 색동저고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빛’은 한국적인 미감을 담아낸다. 자로 잰듯한 반듯한 띠들의 집합이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이는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한 결과물이다.

우 화백은 면을 분할할 때 서로 색이 섞이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인 뒤 떼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리고 사용한 테이프를 한지와 함께 콜라주해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빛무리를 만들어낸다.

평생 ‘빛’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천착해온 작가의 근작은 여전히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빛’을 좇는 그의 최근 작업들은 훨씬 풍부해진 색채의 표현과 평면성이 강조된다. 분할된 면과 색을 함께 사용한 ‘Light, 2024-12B’는 지난 1월 완성한 최근작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겹겹이 쌓아 올려진 오색빛깔 산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서는 호남지역 추상미술의 거점 역할을 한 ‘에뽀끄’ 회원으로서의 활동을 담아낸 우 화백의 아카이브 자료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1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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