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60년 화업 인생으로 되짚어보는 ‘빛의 작가’ 우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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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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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5월 19일까지 ‘빛 사이 색’展
앵포르멜 경향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100여점 출품
‘빛’을 향한 360°작업 변화 한자리서 조망

우리 사회에선 때때로 특정한 길만을 고집하거나 자신의 신념에 매우 충실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적 신념을 가지고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외골수’라고 일컫는다.

특히 예술인이 대표적이다. 예술인들은 한가지 주제를 통해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펼쳐냄으로써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세계적인 화가들 역시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후대까지 이름을 남기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우제길 화백 또한 이러한 인고의 길을 걸어온 예술인 중 한명이다. 60여 년간 ‘빛’에 천착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우제길 화백의 60년 화업인생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2024년 원로작가 초대전으로 ‘빛의 화가’ 우제길 화백을 초대전 ‘빛 사이 색’을 오는 5월 19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우제길 화백의 초기작부터 대표작, 신작을 비롯한 1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돼 그의 60년 화업을 되돌아보는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시는 시대별 작업의 변화에 따라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섹션별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앞선 전시 작품들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전혀 색다른 분위가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각 전시장마다 새로운 차원의 문으로 들어서는 기분마저 든다.

제1전시장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우제길 화백의 초기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도입부의 첫 작품은 스승 양수아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 ‘My heart’다.

우 화백의 기하학적 추상작품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과연 우제길 화백의 작품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반듯한 면과 선, 점으로 구성된 화면이 아닌 즉흥적인 선과 색의 사용이 강조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My heart’는 작가 본인마저도 몇 점 소장하고 있지 않은 초기 작품으로, 그가 가졌던 추상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옆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제2전시실 ‘어둠에서 찾은 빛’으로 연결된다.

제2 전시실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뤄 마치 암실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제길 화백은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검은색을 바탕으로 한 작업에 집중했다. 어둠은 그의 빛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완벽한 배경이어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우 화백의 작업은 어둠을 배경으로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금속의 예리한 칼날이 연상되는 빛줄기는 어둠을 가로지르는 빛이 직선으로 교차한다.

이 시기에 작업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보인다.

물감을 손과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문질러 빛의 변화를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했던 그는 1980년대 들어 도구를 사용하며 빛의 반사를 보다 세밀하게 구현한다.

제 3전시실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는 마치 거울의 방에 들어선듯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간의 평면 회화 작업이 아닌, 수평적 구조에서 산형, 첨탑형 등 수직적 구조로 조형의 변화를 시도했다.

이 섹션의 작품들은 3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 전향해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탄생한 것들이다.

이전의 빛이 순간적으로 스치는 섬광과 같은 빛이었다면 이 시기의 빛은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그간의 혼돈과 어둠으로부터 움터 나오는 희망을 상징한다. 색채의 표현기법에서도 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색의 명암이 강조되는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조형의 입체감이 극대화된다.

제 4전시실 ‘색채의 빛’에서부터는 화려한 색감으로 전환된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원색으로 발현된 우 화백만의 ‘빛’을 만나볼 수 있다.

우제길 화백은 2000년대 이후부터 단청과 색동저고리 등 한국 고유의 색에서 착안한 ‘빛’을 통해 한국적 미감을 담아냈다.

오방색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 작품을 비롯해 색채의 화려한 배열이 돋보이는 그의 작업은 그동안 내재돼 있던 ‘빛의 색’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하다.

우제길 화백은 면을 분할할 때 경계에 색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한다. 이때 사용된 테이프와 한지를 콜라주해 수직으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빛무리를 만든다.

특히 이 섹션의 작품들에는 숨은 재미가 있다. 마스킹 테이프와 콜라주 한 한지 대신 당시에 발행됐던 종이신문도 재료로 활용되면서다.

화면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종이 신문이 조각으로 붙여져 있어 단어와 문장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전시의 말미에선 ‘빛’을 향한 우제길 화백의 예술을 향한 끝나지 않은 열정을 마주할 수 있다.

‘지지 않는 빛’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제 5전시실에선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이 빛을 쫓아가고 있는 우 화백의 근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평생 ‘빛’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쳐 온 우제길 화백은 지난 60여 년간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그의 작업은 2020년대 들어 풍부해진 색채 표현과 함께 평면성이 강조된다. 평면의 확장에 따라 색 비중이 커지면서 색채의 힘은 보다 강렬해졌다. 겹겹이 쌓아 올린 직사각형의 색면은 다양한 각도로 교차되며 색이 중첨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 화백의 근작들은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조형에 입체감을 줬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균일한 색으로 가득 채워진 면의 중첩으로 원근감과 몰입감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2024년 신작은 다른 근래 작품들보다 선과 면의 복합적인 사용과 색의 세밀한 분할이 도드라지면서 우제길 화백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한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평생 빛을 좇아기하학적 추상작업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한 우제길 화백의 60년 화업을 조명하는 자리”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우제길 화백이 쌓아온 빛의 에너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립미술관은 우제길 초대전 연계 행사로 오는 4월께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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