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빛 틈 넓어지며 찬란해지는 그의 색

보도일자
20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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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우제길 초대전 '빛 사이 색' 5월12일까지
60년 화업 시대별로 탐구
어둡고 형태 없는 초기작
점차 직선적·입체감 강조
'Light' 연작 MZ감성 관통
올해 신작 등 창작열 오롯이

전시장에 들어서니 전시명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명은 '빛 사이 색'. 화려하고 찬란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데 입구에 마주한, 관람객을 반기는 작품은 흑백이다. 'Work-Black 2000' 연작 110점. 빛과 색으로 대표되는 그의 화업을 집약하기 앞서 첫 페이지로 이만큼 적절한 작품이 있을까.

60년 이어진 긴 화업을 '빛'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가, 그는 지역 원로로 통하는 우제길 화백이다. 이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의 지역 원로 초대전 '우제길 : 빛 사이 색'으로 그의 화업을 총망라하는 자리다.

흑백의 작품으로 시작해 빛이 서서히 비추며 색을 드러내는 것과 같이 짜여진 전시 구성은 그의 작업을 시대별로 나눠 총 5개의 섹션을 통해 그의 작품과 경향을 보여준다.

초기작인 1960년 작품 'My heart'에는 광주사범학교에서 만난 스승 양수아의 영향이 보인다. 지금보다 어두운 화면에 형태가 없는 추상적 표현이 특징적이다. 7년 뒤의 작품 'Abstraction of red stripes', 그 이후 작품인 'Rhythm 72-3H'는 서서히 형태를 구체화하는 그만의 추상을 보여준다. 70년대 중반에는 지금보다 조금 거친 질감에 어두운 배경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절단된 면을 통해 새어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이다.

화면 속 빛이 들어오는 틈이 더 넓어짐에 따라 그의 작품은 점차 밝아지고 화려해진다.

교직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작품은 그동안의 작업열을 분출하기라도 하는 듯 대작으로 가득 차 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붓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낮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엔 작업을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작가는 이같은 생활이 이어질 수록 신체적 한계는 차치하고서라도 학생들에게 미안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회고한다. 마음 놓고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덕인지 이 시기 그의 작품은 보다 정교해진 그라데이션과 이로 인해 두드러진 입체감 등 또다른 변화가 녹아있다.

특히 6m 높이를 자랑하는 도립미술관의 시원한 공간감과 여러 대작의 만남은 우제길 화백의 당시 작업열을 오롯이 느끼기에 마침맞다.

그의 작품 속 시원시원한 직선은 어떻게 구현했을까. 답은 마스킹테이프(Masking Tape)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면을 분할하고 채색하는 등 수많은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떼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색색의 마스킹테이프는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한다. 2010년대 선보인 'Light' 시리즈다.

유채가 묻은 마스킹 테이프와 한지를 찢어 화면 가득 붙였다. 멀리서 보면 색동보를 보는 듯 한국적 미감이 느껴진다. 무작위로 찢어붙였다기 보다는 한 가닥 한 가닥의 색띠는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 받은 듯 화면을 균형감 있게 채운다.

원로의 작품이지만 'Light' 연작 소품 9점을 연이어 배치한 구성은 MZ세대의 감성까지 관통하듯 트렌디하기까지 하다.

전시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열을 보이고 있는 그의 2022년~2024년 신작으로 이어진다. 이전보다 평면적이고 색채는 더욱 화려해졌다. 이와 함께 광주 추상화단을 이끌어 온 그의 에포크 활동과 청년 시절 활동 모습 등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 등도 함께 관람객을 만난다. 작품에서 느끼지 못한 먼 세월이 비로소 느껴지는 자료들이다.

전시는 5월12일까지. 작가와의 대화는 4월 중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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