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전용
전남도립미술관은 기증을 통해 얻어진 소중한 자산이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기증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의 기증작품은 총 139점으로 전체 소장품의 약 29%를 차지하는데, 그중에서도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지역대표 작가의 작품이 100여점 이상 기증되어 규모적, 예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구성하고 있다.
이에, 미술관은 수증된 작품을 심도있게 연구하여 기증품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할 뿐만 아니라 공공재로써 기증작품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최근 3년간 다양한 주제의 기증 전시를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기증작품을 통해 ‘한국 추상화’의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주고자 한다.
‘색’과 ‘형’의 비정형적 구성을 통해 ‘조형 시(詩)’를 창조한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시를 기획하였다. 전시는 한국 고유 추상미술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국적 추상-사유의 세계’, ‘서정적 추상-자연의 생명력’, ‘관념적 추상-색채의 풍경’의 3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한국적 추상–사유의 세계’(1950~60년대 작품)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와 유영국의 작품을 전시한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서구와는 다른 동양적 예술관에 기인한 것으로 김환기는 산과 달, 항아리 등 자연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소재를 모티브로 하여 한국의 정서를 함축된 조형언어로 구현하였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한 유영국은 작품 초기 서구의 기하학적 추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서 출발하였으나 점차 분할된 면의 비구상적 형태로 산을 형상화한 작업을 하며 동양적 사유가 담긴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해낸다.
‘서정적 추상–자연의 생명력’(1980~90년대 작품)에서는 자연과 교감 하며 작가 내면의 세계를 추상화로 표현한 고화흠, 오숙환, 이철주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고화흠은 자연 일부에서 온 것 들을 은은한 색채로 표현하여 작가가 그려온 그리움의 언덕, 이상향의 세계를 서정적 추상으로 나타냈고, 이철주는 굵고 검은 선과 원색 면의 조화를 통해 우주의 기운생동이 느껴지는 수묵추상을 그렸다. 오숙환은 먹의 운용을 통해 구름, 바람 등 자연의 순간성에 주목한 수묵 추상을 전개하였다.
‘관념적 추상-색채의 풍경’(2000년대 이후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내적 치유의 과정을 색채로 담은 강운, 이인, 진유영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인은 자신의 기억 속 노을지는 바다 위 풍경을 한지 위 색채의 번짐과 대비를 통해 아름답고 강렬한 추상화로, 강운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슬픔을 화폭에 적고 색으로 지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깊고 푸른 색의 추상화로 그려냈다. 진유영은 몇겹의 붓자국으로 채워진 색면과 기호학적 형태를 통해 작가의 자유 롭고 풍성한 내적 세계를 드러낸다. 소중한 작품을 기꺼이 기증해 주신 작가 및 기증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귀중한 공공의 자산으로써 기증품의 가치와 의미가 널리 빛나길 바라며, 작품 기증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김환기, 무제, 1970, 캔버스에 유채, 121x86.5cm
유영국, 산, 1968, 캔버스에 유채, 135x135cm
고화흠, 백안, 1986, 캔버스에 유채, 116.8x80.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