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낭만, 꽃

Romance Rooted in Eternity: Flowers in Bloom

영원, 낭만, 꽃 대표이미지
  • 기획전시
  • 기간 2023-06-20 ~ 2023-11-05
  •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 작가천경자, 오영재, 오승우, 정희승, 송수민, 김홍주, 구성연, 김상돈, 한운성, 손봉채, 강종열, 오딜롱 드롱, 가스통 두앵, 돔 로베르, 샤를 르 브룅, 폴 세귄 베르토, 폴 아이즈 피리, 메이플 소프, 제니퍼 스타인캠프, 제임스 로젠퀴스트 등
  • 작품수70여 점
  • 관람료5,000원
  • 주최/후원전남도립미술관
소개

모든 것이 흘러간다면 영원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떤 것을 손에 실제로 쥘 수 있을까. 인류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왔고, 그 시도들이 모여 역사를 만들었다. 어떤 시대는 종교에서 답을 찾고자 했고, 또 어떤 시대는 과학에서 답을 찾았으며, 또 다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덧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리고 인간은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했다. 인간 이후의 삶이 있다고 믿는 종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흘러가는 인간의 시간 바깥에 영원함을 둘 것이냐, 이 영원함을 인간의 시간 안쪽으로 끌어들일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중세에서 근현대로 흘러왔다.

 

전남도립미술관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를 기념하며 꽃으로 표현되어 온 예술작품 속에서 낭만성을 찾아보고자 했다. 생성하고 소멸하는 삶의 표상인 꽃은 인간의 전 생애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시각예술로 표현되어 왔다. 한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언제나 꽃이 함께 했음을 살펴보는 이 전시에서 낭만을 읽어보고자 하는 것은 거대한 하나의 관념으로서의 총체성에서, 개별적인 삶의 구체성과 역동성으로 눈을 돌려보고자 하는 시도다. 다르게 말하면 삶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변화에 매몰되지는 않고자 하는 것이다.

 

꽃의 도상이 동시대까지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흘러온 것처럼, 낭만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낭만(浪漫)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과 감정에 충실한 태도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물결 랑()과 질펀할 만()이 합쳐진 이 단어는 실제로 조선시대까지는 정처 없이 떠돈다거나 방탕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낭만이 국어사전 속 의미로 사용된 것은 1910년 이후의 일이다. 한편 서양에서 낭만주의(romanticism)는 앞선 시기의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다. 계몽주의는 인류의 역사가 선적으로 흐르고 세계와 삶이 물질적정신적으로 무한히 진보를 이룬다고 확신했지만, 이윽고 사람들은 다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감성적인 인식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낭만의 역사는 하나의 가치가 영원히 옳은 것은 아님을 증명한다. 꽃은 불멸(everlasting)’이나 영원(absolute)’과는 극점에 있어 황폐하지 않고, 낭만은 그 사이에 자리한다.

 

인간의 삶을 닮으려는 예술이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삶과 사회를 하나의 명료한 관념으로 보지 않고,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개개인의 삶을 포착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현재만이 영원하다. 오지 않은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고 흘러가는 순간을 어떻게 의미화할 수 있을까. 낭만은 안정과 견고함의 지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를 견디는 불안함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척박한 시대에 색색의 꽃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이뤄진 도립미술관의 작은 정원 속을 거닐면서, 관람객 모두 자신만의 낭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가
작품
영원, 낭만, 꽃 첨부 이미지

구성연, 사탕시리즈, R.01+02, 2013, 라이트젯 C 프린트, 각 60x120cm, ed.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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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대화, 2022, 가변크기,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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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르 브룅 원작, 사계(봄), 1670년 이전 직조, 3.18x4.63m, 금실직조, 고블랭 공방 제작, 모빌리에 나시오날 소장, ⓒMobilier national, 사진 Isabelle Bid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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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 19세기, 155x76.5cm, 비단에 담채,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179호, 해남 대흥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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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딜롱 르동, 무제, 20세기 전반기, 유채, 105x85cm, 모빌리에 나시오날 소장, Paris, Mobilier 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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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승, Untitled #11, 장미가 장미는 장미인 것, 2016,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8x78cm, ed.5 plus 2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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