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건희 컬렉션 가보면 '뜻밖의 전시' 둘 더

보도일자
2021.09.10.
조회수
20
링크주소
원문보기 →
전남도립미술관, 전통·현대미술 전시 리뷰
'소전 손재형'전, 서예의 실험적 시도 눈길
'AES+F'전, 모순된것의 혼합 메시지 뚜렷

최근 특별전을 열고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을 공개한 전남도립미술관이 이와 함께 새로운 전시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 먼 길을 온 관람객들을 그냥 보낼 순 없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2021 전남수묵비엔날레를 기념한 특별전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은 1일,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는 3일 각각 오픈하고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세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이 개관 기념 전시를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자리로 꾸몄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준비돼 특별함을 더한다.

먼저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은 진도 출신으로 '서예'라는 용어를 창시하고 일본인으로부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되찾아온 인물인 손재형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 전시는 서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보통 '서예'하면 정갈하게 쓰여진 한자말을 떠올리는데 손재형의 작품은 서예의 현대적 조형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한자 뿐 아니라 한글 글씨에 전서와 예서 필법을 응용한 다양한 작품도 실험했다. 글자의 뜻대로 글씨를 마치 그림처럼 쓰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산'이란 글자를 산의 모양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그리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최근의 캘리그라피가 떠오를 만큼 현대적이고 회화적이다.

'무슨 뜻인지나 알아야 작품을 보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걱정일랑 접어두시라. 한자와 친하지 않은 젊은 세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도록 작품명과 함께 작품 속 글 해석과 훈음을 달아두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그룹 AES+F의 국내 최초 단독 기획전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는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관람객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자리다. AES+F는 러시아 출신 작가 4명으로 구성된 그룹. 베를린을 거점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한국에서 미발표된 4개의 연작을 선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기후변화, 환경문제, 인종갈등, 경제적 약자 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일찍이 1980년대부터 이같은 이슈를 가지고 오랜기간 작업해 온 ASE+F이기에 이번 전시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전시명처럼 이들의 이번 작품에서는 모순된 것들이 한데 뒤섞여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뒤집힌 세상' 시리즈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뒤바뀐 역할을 하거나 돼지가 정육점 주인을 도살하는 등 사회적 인식과 구조를 뒤집어 보여준다. 어른 여성 키와 비슷한 크기의 7개 조각상으로 구성된 '천사-악마'는 고딕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괴물과 르네상스 시기 예술서 흔히 보이는 아기천사를 합쳤다. 이를 통해 시대와 문화권 앞에서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신성한 우화'는 조반니 벨리니의 '신성한 우화'를 모티프로 현대적 영웅을 보여준다.

'투란도트2070'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으로 거대한 8개의 스크린에 비춰진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모티프로하는 이 작품은 앞서 본 작품들에서 나타난 모순된 것들의 혼합, 뒤섞기, 뒤집기 등의 특징을 압축한 것이라 보면 된다. 원작 속 잔인한 여성군주의 모습이 아닌 연대하는 여성군주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AES+F는 건축, 디자인, 패션사진 분야에서 활동해 온 4명의 작가가 모인 그룹답게 시각적으로 선명하면서도 세련된 작품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전시는 SNS를 배경으로 젊은 층의 인기 또한 기대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광양까지 발걸음을 한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오는 것인데 이건희 컬렉션 뿐만 아니라 또다른 성격의 전시들을 선물처럼 선사하고 싶었다"며 "우리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고 또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래를 들여다보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은 11월 7일까지,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은 12월26일까지 진행된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