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고전과 첨단 예술의 결합, 전남도립미술관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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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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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컬렉션특별전', '서예가 손재형', 'AES+F' 전시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 9월부터 '이건희컬렉션특별전'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이 11월 7일까지,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은 12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소개하기 전에 '전남도립미술관' 모르는 독자가 많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을 덧붙인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옛 광양역 터에 사업비 414억 원 들여 2021년 3월 22일 개관했다. 지하 1층·지상 3층 카페와 도서실, 다용도홀, 교육 공간도 갖췄다. 개막특별전으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가 열렸다. 한국수묵의 거장 '허백련'과 프랑스 중진 작가 '로랑 그라소, 세오, 이이남, 허진, 황인기' 등 3개국 13명 작가, 특히 전남 작가들 대거 참가했다.

이 미술관 매력은 우선 파사드에 있다. 더이상 뺄 게 없는 미니멀한 기하학적 조형과 외관에 붙은 작은 막대형 오브제가 리듬감을 준다. 이 미술관 유리는 24시간 날씨에 따라 다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 담긴다. 주변 농산업 풍경과 첨단 건축물이 긴밀하게 만난다.

지역에 이런 수준급 도립미술관이 있다는 건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증거다. 이 미술관은 지역 문화발전소로 전남도민은 물론 이곳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21세기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시되는 때, 예향의 전통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년간 학예실장을 한 이지호 관장이 총지휘를 맡아 고전과 첨단 예술이 결합한 수준급 전시를 이끌어 관객에게 삶의 활력을 주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11월 7일까지

그러면 먼저 이건희 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으로 구성된 '이건희컬렉션특별전: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을 보자. 그의 개인 소장품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면서 문화 향유의 범위가 이곳까지 넓어졌다. 이 지역 출신인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작가 작품은 물론 한국 근현대 미술사 거장들 '유영국', '임직순' 등의 작품도 소개된다.

우선 신안 출신 '김환기' 작품, 삼원색 계열로 십자형 매듭 선의 유기적 연결이 인상적이다. 뉴욕 절정기 '전면점화(全面點畵)' 직전의 작품이라 그의 회화사를 읽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고흥 출신의 천경자 작품은 이번에 가장 많이 기증됐다. 독특한 색채와 환상적 구성이 남다르다. 70년대에 작가가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묘사한 '여행 풍물화' 등이 소개된다.

그밖에도 '한국적 인상주의' 대가로 알려진 화순 출신의 '오지호' 작가의 작품 '복사꽃 있는 풍경' 등 5점이 기증되었다. 오지호 작가는 이곳 풍물을 강렬한 빛의 인상으로 그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변화를 주는 미묘한 빛 효과가 그의 붓 터치로 더 생동감 있어 보인다.

60년대 초부터 일관되게 '산'을 주제로 삼아온 '유명국'의 고품격 추상화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그의 회화에서 전환점이 되는 1968년 '산'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임직순' 작가는 색채에 혼과 생명을 불어넣는 표현주의 화가다. 위에서 보듯 명상에 빠진 여인 등 많은 '미인도'를 그렸다. 그 외도 '김은호', '박대성', '유강열' 등도 전시된다.

'한국 서예 거장, 소전 손재형'전, 11월 7일까지

2번째 전시로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1902~1981)' 작품을 보자. 50여 점이 소개된다. 진도가 고향인 그는 일본의 '서도'와 다르게 '서예'라는 말을 창안했다. 그는 예술원 회원 등 사회 활동이 많았다. 이 서예전은 <2021 전남수묵비엔날레>와 연계된 행사다.

그는 "글과 그림이 하나"라는 전통을 이어가며 능동적인 자세로 서예를 현대예술로 끌어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적 한글서예에도 도전했다. 60세 이후 완숙기에 작업한 대작인 '수신진덕 온고지신' 등은 지금 봐도 참신하다. 포스트모던한 서예의 일면을 보여줬다.

또한 그의 공로 중 하나는, 1943년 '후지쓰가(경성제대교수)'가 일본으로 가져간 세한도를 되찾아 왔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은 연합군 포격으로 밤낮없이 위태로웠다. 손재형 선생은 안 되겠다 싶어, 1944년 거금을 들고 도쿄 '후지쓰가' 집을 찾아갔다. '세한도'를 돌려달라는 애원 했고, 마침내 설득에 성공해 세한도를 손에 넣었다. 사라질 뻔한 국보를 구해냈다.

최근 손창근 선생의 소장품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뉴스가 대서특필됐다. 모 일간지에 의하면, 손재형 선생은 1958년 민의원으로 당선됐다가 다시 낙선하는 등의 이유로 재정난이 생겼다. 그래서 많은 문화재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세한도의 마지막 소장자 손창근 선생이 이걸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번에 뜻밖의 선물처럼 '신세한도'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회화 등을 디지털로 번역하기를 즐기는 이이남 작가는 이 작품을 첨단과학이 결합된 뉴미디어아트로 현대화했다. 추사가 유배 속에서도 잃지 않은 고결하고 강인한 선비 정신을 시각언어로 재탄생시켰다.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 12월 26일까지

끝으로 러시아 4인조(3명 남자&1명 여자) 예술그룹 AES+F.전시를 소개한다. 도립미술관이 차별화된 국제적 미술관으로 위상을 높이려고 국내 최초 단독으로 기획한 야심작이다. 예술 정신 중에는 '전복과 교란' 등도 포함되는데 전시 제목 '길 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는 그런 정신이 엿보인다. 예컨대 동물이 사람에게 음식을 먹이는 모습이 그렇다.

이들은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각기 건축, 그래픽, 사진, 패션 분야의 전문가다. 컴퓨터 아트에 능한 이들은 바로크풍 도상에 폭력을 놀이처럼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기법의 작품인 AES+F.의 '최후의 반란'이 '2007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들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건, 현대인에게 익숙한 게임, 패션, 광고, 인터넷 매체와 이를 절묘하게 뒤섞은 사진, 조형, 영상으로 한 시대를 습격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초현실주의, 환상주의, 이국주의 요소도 적절히 가미되었다.

1부는 오브제 연작으로 '뒤집힌 세상', 국가 위상이 뒤바뀌고 사회통념이 전복되는 코로나 시대를 10여 년 전에 보여준 것 같다. 2부는 조각 연작으로 선악, 성별이 공존하는 '천사·악마'를, 3부는 사진 연작으로 첨단 문화와 옛 신화가 합쳐진 '신성한 우화'를, 4부는 8채널로 잔혹극에서 보는 섬뜩한 장면도 연출된다. 제목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따왔다.

'이연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 작품에 대한 도록 글에서 "오늘날 관객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고전예술과 대중문화 이분화로 구분되지 않고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과 스펙터클적 요소가 뒤섞임에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며 그럴 때 "관객과 작가 어느 누구도 객체가 되지 않는 과정이 가능해진다"라는 설명으로 위 작품의 감상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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