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노숙자가 왜 양복 신사에게 돈을 줄까…베를린 활동 러시아 그룹 AES+F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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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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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 `길 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기존 질서와 상식 뒤집는 작품으로 화제
이건희 컬렉션·소전 손재형展 동시 열려

노숙자가 왜 양복 신사에게 돈을 줄까?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후의 반란'으로 주목받은 러시아 작가 그룹 AES+F는 상식을 뒤집는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고문을 하는 사람도, 고문을 당하는 사람도 표정이 없는 사진 작품으로 가학과 피학의 개념도 무너뜨린다. 팬데믹으로 기존 세계 질서가 전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들이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 펼친 국내 첫 대규모 전시 '길 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12월 26일까지)가 파격적 작품으로 화제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조각, 개 머리에 문어 몸체, 백인 위에 올라타 머리채를 잡는 흑인 등 온갖 변종들이 나타난다.

대형화면 8개에 펼친 멀티미디어 작품 '투란도트'는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된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사형되는 남자들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참수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사형당했지만 웃는 얼굴들이 꽃 위에서 둥둥 떠다닌다.

작품 20점을 펼친 이번 전시는 게임, 패션, 광고, 인터넷과 같은 전방위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이 매체를 절묘하게 혼합해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조형, 영상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다른 시대에 대한 이미지를 교차시키는 이들의 세상에는 과거와 현실, 미래가 혼재하고 통속적인 가치와 위계는 전복된 채로 나타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과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11월 7일까지)도 동시에 펼치고 있어 남도 여행을 계획할 만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전남 출신 작가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작품을 거는데 급급하지 않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영상과 자료들을 함께 전시했다. 십자 형태로 구성된 김환기 '무제'를 비롯해 그가 표지를 그린 현대문학 잡지들을 볼 수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추사 김정희 '세한도'를 되찾아온 소전 손재형(1903~1981)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다. 전시장에는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인 '설중안기' '화류운', 최고 비문으로 꼽히는 '사육신비 탁본'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 60세 이후 완숙기 대작인 '수신진덕 온고지신' '해내존지기' 등 50여점을 펼쳤다. 이태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은 "해방 후 40대부터 한국 서화계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했고 궁체에 머물렀던 한글 서예에 전서와 예서를 도입한 서예 거장"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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