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전통과 현대, 미래를 조명하는 ‘3색 조합’...전남도립미술관 2021하반기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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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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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출신 서예가 손재형전 / 탁본 등 대표작 50여점 선봬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김환기 오지호 천경자 등 현대미술 거장 19점 전시
‘AES+F’ 국내 첫 단독전 / 4개 섹션 ‘혼종 시대’ 조명

전남 옛 광양역사 터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미술관)은 올해 3월 22일 개관한 이후 전시와 연구, 교육 등 전남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전통과 현대·미래, 지역과 한국·세계를 조합한 전시로 술계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다양한 연구와 미술교육·체험 프로그램 등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에 매진 중이다.

개관기획전으로 마련한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는 미술관의 이같은 특징이 잘 반영됐다. 전남지역 전통미술의 가치를 고찰하는 ‘의재와 남도:거장의 길’전과 한국 현대·전통미술을 조망하는 ‘가로지르다’전, 그리고 ‘로랑 그라소-미래가 된 역사’전을 동시에 진행한 개관기획전은 지역을 토대로 한국과 세계를, 전통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계 흐름을 추적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지향점을 담았다. 이에 미술계에선 개관전 이후 구성될 기획전에 주목했다.

미술관은 이달 1일부터 2021하반기 기획전시를 진행중이다. 12월까지 이어질 이번 기획전은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전으로 구성됐다. 개관기획전처럼 전통과 현대는 물론 국내와 해외, 현재와 미래를 탐구하는 조합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전

소전 손재형(1903~1981)은 진도 출신으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다. 전시에서는 소전의 서예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품 50여점을 선보이며 전남 미술사 정립을 시도한다. 소전은 일본인 교수의 소장품이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삼고초려 끝에 국내로 되찾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에 사용하던 ‘서도’라는 이름 대신 ‘서예’라는 단어를 처음 주창해 널리 쓰이게 했다.

전시는 전통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으로 세련된 멋을 표출하는 소전의 작품세계를 밀도있게 담아냈다. 추사 김정희 이후 최고의 서예가라는 칭송을 받는 소전의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인 ‘설중안기’와 ‘화류운’, 20세기 최고의 비문으로 불리는 ‘사육신비 탁본’,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 60세 이후 완숙기의 대작인 ‘수신진덕 온고지신’, ‘해내존지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소전과 관련된 일화와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한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고 이건희 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시 작품은 모두 19점. 기증받은 21점 중 수리나 보완중인 2점은 제외됐다. 전남 출신 김환기, 오지호, 천경자, 임직순의 작품을 비롯 김은호, 유영국, 유강열, 박대성 등 한국 현대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해 그들의 작품세계와 남도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김환기의 작품 ‘무제’는 뉴욕 시기의 작품으로 전면 추상이 시작되기 직전 중요한 흐름을 알 있는 작품이다. 십자구도와 오방색으로 그려내 대담한 선이 특징이다. 천경자의 ‘만선’과 ‘화혼’은 1970년대 세계 각지의 풍경을 묘사하는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여행 풍물화’의 일종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색채와 반복적으로 색을 쌓은 두터운 질감 등은 재료와 기법에 기존 작품과 차별성을 보인다. 오지호의 6작품 중 ‘풍경’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 초입, 한국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그린 항구와 무등산, 꽃 등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ASE+F는 러이사아 출신 4인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베를린을 활동무대로 한 세계적인 작가다. 건축, 디자인, 패션사진 분야에서 활동해온 이들은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후의 반란’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ASE+F의 국내 최초 단독 기획전이자 미술관 개관이후 두번째 국제전시다. 전시는 4부분으로 나뉘어졌다. 모두 한국에서는 미발표된 작품들로 구성됐다. 먼저 영상으로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뒤집힌 세상’ 시리즈는 사진과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이다. 사람이 당나귀를 업고 있거나 동물이 사람에게 먹이를 주고, 강아지 몸통에 문어 다리가 달린 모습들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으로 통속적인 가치와 위계가 전복된 사회구조를 고발한다.

선과 악, 인종과 성별이 공존하는 ‘천사-악마’에선 조각작품 7점이 설치돼 있다. 고딕 건축양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천사의 형상에 악마를 합친 작품이다. 천사와 악마가 한 몸에 존재해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인류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경계가 없어짐을 보여준다.

‘신성한 우화’는 사진으로 된 작품들이다. 국제공항과 숲 등을 배경으로 한 사진 작품은 공항과 숲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른 지역,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았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일관해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한다.

8채널 미디어 작품 ‘투란도트 2070’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했다. 인간이 팔 다리가 여러개인 인간으로 변하고, 이들에 의해 인간이 구속되고, 목이 잘리는 모습은 혼종, 뒤섞기, 뒤집기 같은 모든 AES+F의 작품 특징들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문명의 미래, 윤리의 종말 등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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